드디어 3주간 이상을 주활야활하게 만들었던 유럽축구선수권 유로 2012 대회가 스페인의 사상초유의 메이저 대회 3연속 우승이라는 기록을 남긴 채, 막을 내렸다. 물론 이전 프랑스가 1998년 월드컵과 2000년 유럽선수권 유로 2000 그리고 2001년의 인터컨티넨털 대회를 연속으로 우승한 적이 있으나, 인터컨티넨털 대회라는 것은 일종의 친선대회에 가까운 성격을 가지고 있는 대회이므로 당분간 이 기록은 적어도 유럽대륙에서는 다시 나오기 힘들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 그다지 무리한 생각은 아닐 것이라 본다. 애초 이 대회는 "만인의 스페인에 대한 투쟁"의 성격을 가지고 있었고 스페인은 모두의 유일한 목표였으며 전통의 강호라 일컬어지는 유럽의 모든 국가들이 스페인의 독주를 막기 위해 각기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최선의 전술적인 노력을 기울였으나 결국 모두가 외쳤던 "타도 스페인"이란 구호는 스페인의 클래스가 다른 팀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는 일에 불과했다고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1. 전술적 측면에서의 유로 2012
항상 유럽축구선수권은 월드컵이 열리기 2년 전에 개최되면서 다음 월드컵에서의 전술적 변화 혹은 유행을 점쳐보는 척도가 되곤 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유로 2012 대회는 전술적인 면에서 그다지 많은 것을 남긴 대회라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애초 스스로가 8강권 이상의 전력이라 생각했던 팀들은 몇 팀을 제외하곤 모두 "스페인에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공통의 목적을 가지고 스페인의 전술적 약점을 찾아 그 지점을 공략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대회에 임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애초에 프랑스 정도를 제외하고는 스페인의 그 엄청난 "처음부터 끝까지 볼을 소유하는 축구"에 저항할만한 볼 소유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할 것은 스페인에 대항할 유일한 팀이 프랑스라는 것은 "스페인과 가장 유사한 플레이 패턴을 가지고 있는 팀"이 프랑스라는 이야기다. 프랑스의 기량이 스페인과 견줄 유일한 수준에 올라와 있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여기서 잠시 우리의 기억을 4년 전으로 되돌릴 필요가 있다. 2006년 이탤리가 월드컵에서 네번째 우승을 한 후 당시 2008년 유로대회가 가지고 있던 축구의 전술적인 면에서의 최대 과제는 "코트의 전방에서 행해지는 압박에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 것인가?"였음을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물론 이번 대회도 그랬지만, 각국의 팀들은 "더 크고 강한 압박"을 하는 데엔 커다란 성공을 거뒀지만 그 것을 어떻게 깰 것인가?에 대해선 답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그리고 결과론적으로 4년전의 대회에서 그에 가장 유사한 답을 가지고 있던 팀은 아라고네스가 이끌던 스페인 팀이었다. 그들은 시종일관 볼을 소유하면서 빠른 패스를 돌리는 방식으로 계속해서 상대방의 수비의 빈틈을 노리다가 한 번의 패스와 드리블을 통해 상대의 수비를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자신들을 상대했던 팀들이 자신들을 향해 엄처청나게 걸어오던 압박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었다.
당시 스페인의 기본적인 전형은 실질적으로는 원톱의 공격수를 세우고 9명이 공격을 하고 10명이 수비를 하는 4-3-3 포메이션을 사용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실질적으로는 다비드 비야라는 걸출한 공격수를 측면 공격수와 쉐도우 스트라이커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게 함으로 투톱을 가지는 포메이션이 빠지기 쉬운 공격수의 고립이나 공격수의 스피드 부족으로 인한 느린 수비전환이라는 약점이 문제가 되지 않는 "사람이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아닌 공이 빠르게 움직이는 축구"로 자신들의 상대를 무력화시키며 1964년 이후 44년 만에 유럽의 정상에 오르게 되었다. 그러나, 이번엔 자칫 잘못하면 고립되어 무력화 될 수 있는 원톱 공격수를 두는 포메이션의 한계를 스스로 극복하고자 했고 그러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언론에 많이 오르내린 제로톱의 전술을 들고 새로운 유로대회에 나섰다.
다른 팀들도 제로톰의 포메이션을 사용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스페인조차 완전한 성공을 거뒀다고 하기엔 어려운 전술적 실험인 제로톱 전형의 전제조건은 "상대방을 압도하는 볼을 소유할 수 있는 능력"이었음을 스스로 보여주기도 했다. 프랑스의 카림 벤제마는 스스로의 활동 범위를 미드필드까지 넓히는 방식으로 이런 전형에 적응하려 했고 볼의 소유능력에 있어서는 두말할 나위 없는 능력을 지닌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수비능력을 극대화 시키면서도 공격수의 고립을 막을 수 있는 이런 제로톱의 전형에 녹아들어갔으나 이니에스타와 다비드 실바 등의 최전방 공격수 못지 않은 해결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스피드와 볼의 소유능력을 보유한 선수들이 포진해있는 스페인과 같은 완성도를 가지기엔 무리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에휴~ 더 길어지기 전에 이 쯤에서 끊어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