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10일 목요일

그 거 알어? (월드컵의 역사)











과거의, 대단히 오랜 과거의 특정한 날짜들이 절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1978년 6월 25이라든지 1981년 1월 7일이라든지 하는 것들 말이다. 내게 있어 특히 잊을 수 없는 것은 1982년 3월 27일이다. 아는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그 날은 공화국에서 프로야구라는 것이 생기고 그 첫 경기를 치른 날이다.  지금으로 따지면 양팀 모두에게 그다지 좋은 경기였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연장 10회말에 MBC 청룡이 이종도의 끝내기 만루홈런으로 프로야구 역사상 첫 승리를 거둔 팀이 된 날이다. 물론 난 그 전부터 거의 조건반사적으로 청룡의 팬이었다. 나서 한 번도 서울을 벗어난 적이 없는 내가 서울에 프로야구 팀이 잇다는데 다른 무슨 명분이 필요했겠는가 말이다.

물론 그 다음날 거짓말처럼 미국에서 AA 리그에서 뛰다 왔다는 박철순에게 농락당하며 9-2로 충청 OB 베어스에게 대패를 당했지만, 그 정도로 실망하거나 할 이유는 없었다. 난 서울 사람이었고 청룡은 서울 팀이었으니까.... 세계 야구 선수권 대회가 끝나고 김재박과 이해차창이 그리고 김정수가 들어오면 우리 팀은 단번에 우승할 수 있는 팀이 될 것이었으니까... 설혹 우승을 못한다 하더라도 청룡은 서울 팀이니까 아무런 문제될 것은 없었다. 그리고 이듬해에 청룡은 정규시즌의 성적만을 따지면 1위 팀이었다. 그러나 전기와 후기로 나누어 경기를 하던 리그에서 청룡은 후기리그 우승팀의 자격으로 한국 시리즈에 나가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광주 해태 타이거즈에게 개망신을 당했다.

그 뒤로 항상 좋은 전력을 가지고 있지만 늘 위 언저리를 맴돌았고 1989년 4위까지 포스트 시즌 진출권이 주어진다 했을 때 설마 저 걸 못할까? 라는 생각을 했지만 실제로 4등도 못하는 팀이 되었고 그리고 나서 팀이 팔렸다. 럭키금성에게 말이다. KBS에서 타방송사의 이름을 말할 수 없어서 다른 팀은 기업의 이름을 표기했으나 유일하게 청룡이라 표기하던 그 팀이 이젠 공화국에서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었던 것이다. 대구 삼성 라이온스의 그 머저리같은 푸른색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진한 푸른색의 청룡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엄청나게 자존심 상했고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이 팀이 우리팀인 것에 대해 자존심이 상했다.

그리고 그 후 나름 10년간은 그 팀이 나름 강팀이라 꼽을 수 있는 팀이었다. 정규시즌 우승 두 번 한국 시리즈 우승 역시 두 번 그 외에도 나름 괜찮은 성적을 냈다. 그리고는 2002년 정규시즌 4위를 한 것이 이 팀의 마지막 포스트 시즌 진출의 기억이 되었다. 내 또래의 이상훈이 떠나고 유지현이 떠나고 그다지 아름답지 못한 마무리를 했던 서용빈도 있었고 반강제적으로 팀을 떠난 김재현도 있었다. 물론 그 와중에 나중에 팀의 대표가 되는 이병규가 들어오기도 했지만 말이다. 2002년에 4위를 한 것이 마지막이었던 팀이 그리고 작년인 2012년엔 만장일치로 꼴찌 후보라 했던 팀이 2013 시즌 정규 시즌 2위를 했다. 1위를 한 대구 삼성 라이온스에게 단 1승을 덜 거둔 상태로 말이다.

다들 웃을지 모르지만 그 날 난 펑펑 울었다. 팀의 최전성기에 입단해서 황금기를 2군에서 보내다 마지막 포스트 시즌을 경험하고 다른 팀에도 가있어야 했던 최동수의 은퇴식은 아마 활활 타오르는 불에 휘발유를 부은 것과 같았을 것이다. 이 팀이 잘하건 못하건 상관없다. 지금 좋은 것은 성적을 잘 거둔 것도 있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야구에 대한 가치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야구로 나름의 성적을 올린 데에 있다. 그 것은 김성근이 감독을 할 때 정규시즌 4위를 했던 때엔 느껴보지 못했던 희열이다. 물론 당장 내년에 성적이 다이빙을 한다 하더라도 이 팀은 어디 가서도 이야기할 내 팀일 것이다.

자랑스러운 내 팀?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 걸 아는가? 이 팀은 내게 첫사랑과 같은 팀이다. 비틀스가 리버풀 출신의 밴드라 해서 팬이 되었으나 비틀스의 멤버 중 그 어느 누구도 리버풀의 팬이 아님을 알았을 때에도 리버풀의 팬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할 수 없었다. 지금은 과거처럼 리버풀에 열성적이지 않지만 그 팀으로 인해 내 축구에 대한 열정이 시작되었음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해서 원망하거나 비난할 수 없는 첫사랑과 같은 존재가 된 것이 리버풀이고 청룡과 트윈스이다. 누군가 한참동안 흑역사를 경험한 이 팀의 팬을 왜 하냐고 물어본다면 이렇게 대답한다. 너 그 거 알어? 이 팀은 내 첫사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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