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8일 화요일

어제 우연히 전화기에 저장된 번호들 중 이젠 더 이상 사용할 일이 없어진 전화번호들을 정리하다가 이상한 번호들을 발견했다.
한 두개가 아니고 몇 개의 전화번호였는데 노인들을 위한 요양시설들의 번호였다.
전에 어머니가 내게 외할머니를 그런 곳으로 모셔야할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며 알아보라고 부탁을 하셨고 검색을 한 후 저장했다가 걸어보기도 했던 번호였다.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이젠 더 이상 그런 곳들의 번호가 필요없어졌다는 것을 알았다.
그냥 그 번호들을 쫙 다 삭제하다가 기분이 묘해졌다.
이젠 그런 곳으로 모실 외할머니가 계시지 않은 것이다.
벽제 화장장에서 정말 한줌이라는 표현이 딱 정확한 만큼의 재가 된 할머니를 내 눈으로 확인한 것이다.
어릴적 한동안은 친할머니의 기일이 동생의 생일 3일 후라 동생의 생일이 찬밥신세였던 적이 있었는데 이젠 아마도 내가 살아있는 동안 딱 일주일 차이가 나는 할머니의 기일과 내 생일로 인해 기분이 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빌어먹을 세상이다.
전에 할머니가 아직 거동에 불편하신 점이 없으셨을 때 가끔, 정말 가끔 제과점에서 롤케익이라도 사가지고 갈라치면 할머니는 버스 정류장까지 나와 내 손에 만원짜리 한 장씩을 집어주곤 했더랬다.

댓글 2개:

  1. 그런 일도 있으셨군요. 노인시설이라.
    하여간 그래도 생일은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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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써 내려간 그래서 더 짠하게 느껴지는 티렉스님의 글을 읽는데 소설 에브리맨이 떠오릅니다.

    티렉스님~ 마음이 많이 아프시겠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왠지 쬐그만 목소리로 생일 축하를 해드려야 할 것 같아요. 티렉스님 생일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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