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1일 목요일

왜 2010 남아공 월드컵은 더럽게 재미가 없는가?(월드컵의 역사)






이런저런 일신상의 이유로 축구를 보는 것 자체가 대단히 육체적으로 힘들었던만큼이나 텔레비전을 통해 중계되는 경기를 지켜보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었다. 그 누구보다 축구로 인한 국가주의의 피해에 대해 치를 떠는 내가 공화국 월드컵 팀이 16강에서 탈락했다는 것 때문에 그랬을 리도 없고 지즈의 은퇴 후 마음이 떠나버린 프랑스 대표팀의 부진 때문에 그랬을 리는 절대 없다. 물론 경기를 보는 것 자체가 육체적인 노동이었던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번 월드컵은 그 어느 월드컵에 비해서도 재미가 없는 월드컵이 되어가고 있다. 도대체 왜?

1. 더 이상 월드컵은 새로운 포메이션이나 부분 전술의 실험장이 될 수 없는가?
사실상 기술적인 면에서 가장 충격적인 국제대회를 들라면 누가 뭐라 하더라도 유로 2000을 들 수 있을 것이다.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지금과는 대단히 다른 형태지만 브라질이 다시 4백 라인들 들고 우승컵을 거머쥐었을 때도 사람들은 당시의 4백은 지금과는 다른 플랫 4라는 이유로 애써 3-5-2의 쇠퇴라 규정하지 않았고 98년도 프랑스가 안방에서 월드컵을 그 유명한 다이아몬드 4-4-2라 불리는 포메이션을 들고나와 우승했을 때도 프랑스 수비수들의 개인적인 능력을 우선시하는 분위기였다. 그 정도로 압박축구라는 것과 3-5-2 포메이션은 동일시되던 것이었다. 그런데 유로 2000에서 드디어 더 이상 3백에 대한 미련을 가지는 것은 국제 축구의 유유한 흐름의 뒤안길에 서게 될 것을 자초할 뿐이라는 것이 명확해졌다. 유로 2000으로 인해 더 이상 좌우 백이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한다는 말은 귀신 씨나락 까먹는 이야기가 되고 말았으며 이제 수비형 미드필더가 축구의 전면에 부상하는 포지션으로 막 솟구치기 시작한 것이다.

2006년과 2008년의 경험은 더욱 더 부분전술의 중요성이 명백하게 하는 것이었다. 4-3-3이라는 포메이션이 대세였던 독일 월드컵에선 결국 포메이션보다는 개개인의 부분전술 소화 능력이 팀 성적을 좌우하며 축구에서 공격 옵션이 다양한 것이 농구에서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준 것이며, 유로 2008을 통해 스페인은 압박축구를 부수는 유일한 방법은 절대 휴식없는 패스-휴식없는 움직임이 아님을 주의하시길 바란다.-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결국 축구으 근본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돌아가야 축구에 대한 모든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엔 새로운 부분전술이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어떻게 하면 경기를 안전하게 끌고갈까에 대한 생각만이 감독이나 선수의 머릿속에 가득한 것 같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일본과 파라과이의 16강전이었다 할 것이다. 양팀은 지속적으로 상대방 진영을 향해 전진하지만 그 것은 자신들이 자신들의 진영으로 돌아올만한 충분한 시간이나 공간이 확보된 상태에 한해서였다. 뭐 길게 이야기하지 않겠다. 아무튼 그렇다는 이야기.

2. 중계하는 새끼들이나 보는 새끼들이나...
본디 SBS는 축구 중계에 있어 가장 떨어지는 방송사로 알려져있다. 그들은 심지어 K리그 경기를 중계하는 비율도 지상파 3사 중 가장 낮다. 그런데 그들이 무서운 기세로 프리미어 리그의 중계권을 사들이더니 결국 월드컵까지 독점중계해버리는 상황에 이르렀다. 빌어먹을... 중계하는 아나운서의 멘트는 아마도 목동 사옥 근처의 오피스텔이나 방송국 숙직실에서 한달 정도 가둬두고 암기시켰음이 분명한 누가 들어도 뻔한 네이놈 검색에서 찾을만한 수준의 내용들로 가득하며 심지어는 "...는 대단히 훌륭한 선수지요?"라고 해설자에게 묻는 어이없는 일도 서슴지 않고, 게다가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해댄다. 과연 저 걸 보고있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지만 어떻게 하나... 오로지 한 방송사에서만 해주는 걸... 그래도 지상파 채널이 온통 월드컵만 방송하는 것보다는 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더 웃기는 것은 가끔 네이놈 스포츠 게시판의 찌질이들인데 "박문성의 해설이 지나치게 전문적"이라거나 "축구팬들이나 알아들을 단어가 아닌 일상적인 용어로 풀어 설명해줄 것"을 요구하는 밤의 주둥아리 새끼들이다. 이 것은 쉽게 이야기하자면 "스트라이크"라는 단어 대신 "투수가 던진 공이 타자의 겨드랑이 밑에서 무릎 아래 쪽 과 홈플레이트라 불리는 판에 가상으로 만들어 놓은 3차원의 공간을 통과해서 포수의 손에 잡혀습니다."라고 말하라는 것과 같은 의미 아닌가? 도대체 이런 와중에 무슨 빌어먹을 월드컵이 지구인의 축제니 4년에 한번은 미쳐볼만 하다느니 하는 말들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는 것인가? 이런 식으로 계속 가다가는 4년 후에도 빌어먹을 놈의 중계 때문에 진짜로 미쳐버리는 일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댓글 4개:

  1. 티렉스님의 '빌어먹을 놈들'이란 태그가 이렇게나 정겹고 반가울 줄 예전엔 몰랐었습니다. 흑흑흑.

    부디 멸랑한 일들만 가득하시길 빕니다.

    p.s.
    로또박의 중계는 몸에 무척이나 해롭습니다.

    답글삭제
  2. 오랫만이 뵈니 반갑.. 전 어찌하다 ESPN의 영국 억양 가득한 중계를 보게 되는데 별 반감은 없어요. SBS의 중계라.. 한반 봐 볼까 생각 중입니다.

    답글삭제
  3. 보노소년/ 그저 마냥 감사할 따름입니다.

    토돌이/ 전 차라리 음소거 상태에서 보기도 합니다. 흑흑

    답글삭제

팔로어

블로그 보관함

프로필

내 사진
궁금해? 내가 당신 프로필이 궁금하지 않은 것처럼 당신도 내 프로필을 궁금해하지 마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