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렇겠지만, 사내아이들은 자신의 환상이 깨어진 그 날에 대한 기억을 정말 오랫동안 가지고 살게 된다. 물론 그 것조차 필요 이상의 시간이 흐르게 되면 잊게 되지만 그 당시엔 그런 일들이 아이들에겐 대단한 경험이며 때로는 일종의 트라우마가 되어 평생을 따라다니게 되기도 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일 것이다. 어린 시절에 대한 우스개 소리로 곧잘 이야기되곤 하는 것들 중 하나인, 채변봉투를 학교에 내야하는 날 자신의 여자 짝은 화장실도 가지 않는 아이일텐데 어떻게 이 난관을 극복할까?라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다 문제의 바로 그 날 자신의 것보다도 훨씬 더 두툼해 보이는 봉투를 내는 자신의 여자 짝을 보며 묘한 기분에 빠졌다는 류의 이야기는 실상 막 학교라는 곳에 들어간 어린아이에겐 대단한 충격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화장실 따위는 절대 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여자 짝이나 여선생님이 "나처럼 화장실도 가는 인간"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의 충격 뿐 아니라 "환상이 깨지는 경험"이라는 것은 남자아이에게도 여자아이에게도 공히 존재할 것이며 그 양상 또한 여러가지 것이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지금도 치를 떨며 분해하는 일이 있는데, 그 것은 바로 아주 아주 어렸던 시절에 경험했던 "한국 축구에 대한 환상이 깨졌던 경험"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치를 떨며 분해한다"는 표현을 쓴 것은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 가졌던 "한국 축구에 대한 환상"이라는 것이 단순한 차원의 거짓말에 의해 형성된 것이 아니라 그 뒤에 엄청난 음모가 있는 "정치적 프로파겐다"였기 때문이다. 엄청난 음모라는 단어가 눈에 거슬린다면 그저 "무언가 있는" 정도로 이야기해도 좋을 듯하지만, 사실 그 시절에 있어 축구라는 것은 인민에 대해 대단히 효율적인 "대중 통제 수단"으로도 작용했음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 "무언가 있는" 그 어떤 것에 의해 형성된 축구에 대한 환상이라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예컨데 이런 것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주 어렸을 때, 전 세계에서 가장 명망있는 축구 대회는 "박대통령배 축구 대회"라 생각했다거나, 말레이시아에서 열렸던(이 대회가 지금도 있는지에 대해선 알 수 없다.) 메르데카배 대회에서 우승을 한 한국 국가대표 축구팀의 카퍼레이드를 보며 "아!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축구를 가장 잘하는 나라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든지 하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카퍼레이드라 하면 유고슬라비아의 사라예보에서 열렸던 세계 탁구 선수권대회의 여자 단체전에서 우승한 선수들이 하거나. 1976년 캐나다의 몬트리올에서 열렸던 하계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선수들이나 되어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메르데카 컴이나 킹스 컵 등등의 동남아시아에서 열리던 축구대회 역시 당연히 그 정도 레벨의 대회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 또래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럴테지만, 우리 또래의 아이들은 대부분 축구라는 것을 알게 되고 관심을 가지게 된 것과 "차범근이라는 이름 석 자를 알게 되었다"는 것은 항상 같은 의미였다. 나 역시도 축구라는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당연히 차범근 때문이었다. 그 어느 해인가(정확하게 연도가 기억나지 않음을 용서해 주시기 바란다.) 박대통령배 대회에서 경기 종료를 4분인가 5분 정도 앞 둔 시점에서 한국팀은 말레이시아 팀에게 4대 1이라는 회복 불가능한 점수 차이로 지고 있었는데, 그 나머지 시간에 차범근이라는 당시엔 20대 초반이었던 선수가 무려 세 골을 넣으며 경기를 무승부로 만들었던 것이다. 연도는 기억에 없지만 그 장면을 텔레비전을 통해 봤던 것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며, 아마도 그 후로 축구라는 운동에 대해 관심이 생겼던 것만은 틀림없다. 물론 국민학교 고학년이 된 후 지금까지 항상 "그래도 야구보다는 축구를 더 좋아하는 부류의 인간"이기는 하지만, 당시 그 정도의 어린 나이의 아이에게 야구의 규칙은 너무 어려웠으며 야구라는 종목의 경기 시간 역시 너무 길었으며, 결정적으로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움직이지 않고 날로 먹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이 야구"라는 생각을 가졌다. 그에 반해 축구는 (지금도 항상 논란의 여지가 있는 규칙이지만) 오프사이드 외에는 그다지 규칙이라는 것이 있어 보이지도 않았으며, 많은 선수들이 동시에 경기장을 뛰어다니는 축구라는 종목은 굉장히 쉬우면서도 동적이었으므로 미숙한 어린아이들이 보기엔 야구보다는 역동적으로 보였으리라.
선수가 아닌 차범근에 대한 평가가 어떻든 간에 차범근이라는 인물이 가지는 상징적 의미는 대단했다. 나보다 나이가 많이 위인 사람부터 내 또래들까지의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국 축구=차범근"이라는 공식을 거의 암기하다시피 했으며, 차범근이라는 축구선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대단히 다행스런 일이라는 생각도 서슴지 않고 해대곤 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또 한 명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우리 세대는 차범근 보다도 더 유명했다던(당시 어른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그랬다.) 이회택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한다. 그러나, 차범근의 선배격 선수였으며 그와 동시대에 뛰었던 몇 명의 선수들에 대한 기억은 생생한데, 그 중 한 명은 그 때까지 한국 축구 선수들 중 최장신이라 했던 김재한에 대한 기억이었다. 아마도 지금의 우성용 정도에 해당하는 선수였을텐데, 당시엔 "우리 비행기"의 가사를 개사한 이런 노래가 있었을 정도였다. "떴다. 떴다. 축구공 차범근 올린 볼 김재한이 헤딩 슛 헤딩 슛 골인~" 지금 생각해보면 유치하기 짝이 없는 짓이었으나, 당시 그 둘의 인기는 그 정도로 대단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월이 한참 지난 지금에 생각해 보면, 그 당시의 한국 축구를, 아니 어쩌면 한국 사회를 대표할만한 축구선수는 그 둘이 아니었다. 당시의 한국 축구의 명암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 있다면, 그는 지금은 대한축구협회의 기술위원장으로 있는 이영무라는 선수였다. 아마도 스스로 오래된 축구 팬이라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이영무라는 축구선수의 이미지는 "정말 부지런한 선수"라는 표현 그 자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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