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11일 금요일

아님 말고 1000곡(18)

18. Beethoven Piano Sonata in C minor No.32 Op.111
과거 누군가가 내게 "죽어가면서 단 한 곡의 클래식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누군가가 부여한다면 어떤 곡을 고르겠는가?"라고 물은 적이 있다. 그 때 티렉스의 대답은 "베토벤 소나타 32번의 1악장"이었을 것이라 생각하신다면 오산 되시겠다. 난 그 녀석을 한 대 때려주면서 "이 색히야! 죽어가면서까지 그런 난감하고 힘든 선택을 해야 하냐?"라는 것이었다. 아니 말이야 바른 말이지 세상에 훌륭한 음악이라는 것이 너무나 많아 CD플레이어에 어떤 음반을 걸까를 가지고도 매일 헤아릴 수도 없는 갈등을 해야하는 판국에 죽어가면서까지 머리를 써야한다니 차라리 편히 죽지 말라고 노골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말이다. 죽을 때 어쩌고 하는 이야기는 대충 접어두고 오늘의 티렉스의 선곡은 바로크 시대의 음악에서 바흐나 헨델을 거치지도 않고-그렇다고 해서 그들을 완전히 건너뛰는 것은 아니다. 요즘 게시물들이 다소 지루한 감이 없지 않은 듯 하여 원래 생각했던 편집의도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약간의 변화를 주는 것 뿐이니 걱정하실 필요는 없을 것으로 아뢴다.-모짜르트나 하이든도 건너뛴 뒤 베토벤의 곡으로 마구 마구 점프해버린다. Ethnic Music의 테두리를 좀 벗어나고 싶었던 이유도 있고 악천후로 인해 구입한 도서들을 샅샅이 훒어야 하는 게시물들은 당분간 지양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에서 이 곡에 대한 이야기를 올리는 것이니 양해를 구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곡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절대 아님은 여러분들이 먼저 알고 계시리라 생각한다.

"독일인의 자부심은 베토벤이 오스트리아인이 아닌 독일인이라는 것이고 오스트리아인의 수치심은 아돌프 히틀러가 독일인이 아닌 오스트리아인이라는 점에 있다."는 말이 유럽에선 유명한 이야기라 한다. 물론 확인할 길은 없다. 그만큼 독일에서 태어나 오스트리아에서 활동한 베토벤에 대한 아리아인들의 존경심은 대단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베토벤을 존경하건 그렇지 않건 그 건 그들의 문제이고 티렉스는 티렉스가 할 이야기를 한다. 베토벤은 생전에 총 서른 두곡의 피아노 소나타를 남겼다. 베토벤이 청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어서였는지는 몰라도 사실 그 전의 작곡가들에 비한다면 베토벤은 비교적 과작의 작곡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베토벤이지만 수른 두 곡의 피아노 소나타라면 그다지 적은 편은 아니라고 할 수 있을 것인데 이는 베토벤이 유독 피아노라는 악기에 대한 애착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싶다.(분명히 생각하고 싶다라고 이야기했음을 밝힙니다.) 그 서른 두 곡의 피아노 소나타들 중에서도 30번에서 32번에 이르는 세 곡은-결국 이 이야기는 이 곡이 베토벤의 마지막 피아노 소나타라는 의미겠지요- 여러가지 면에서 엄청나게 파격적인 곡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30번과 31번은 총 4 악장으로 되어있고 한 술 더 떠 32번은 총 2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혹시라도 고등학교 음악시간에 졸지 않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이 이야기가 무슨 의미인지 아실 것이다.

혹자는 27번에서 32번에 이르는 곡들을 베토벤의 후기 소나타라 하고 또 다른 이들은 30번에서 32번까지의 곡들을 후기 소나타라고 하나 그 것이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그 두가지 중 어느 것도 베토벤 자신이 이야기한 것은 아니고 후대의 사람들의 해석이니 그냥 이런 견해도 있고 저런 견해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 될 뿐일 것이다. 그런 점에 얽메이지 말자. 세상엔 음악을 들을 시간도 부족한 사람들이 태반이니 말이다.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하건 간에 32번은 당연히 후기 소나타이지 않은가? 따질 필요도 없이 말이다. 설마 베토벤이 32번을 제일 먼저 쓰진 않았을 것이고... 일단 세간의 평은 대충 이렇다. 고전파와 낭만주의의 틀을 유지하는 동시에 그 두가지를 벗어나는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내려는 노력이 엿보이는 작품들이다. 형식적인 면에서나 음악의 내용적인 측면에서나 다 그렇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이 곡에 대한 음악적 설명을 주저리 주저리 하는 것은 클래식의 전문적인 애호가 여러분들께 누를 끼치는 것이라 생각되어 얼렁뚱땅 넘어가려 한다. 그래도 약간의 이야기를 해주자면 흔히들 베토벤의 음악을 너무 형식적으로 흠잡을만한 것들이 없어 재미없는 음악이라는 이야기들을 하곤 하는데 음악이 주는 드라마틱한 감동을 중요하게 여기시는 분들에겐 베토벤의 음악이 재미없는 음악일 것이라는 점엔 동의하고 특히나 32번 같은 경우엔 흔히들 많이 알려진 열정이나 비창과 같은 곡에 비한다면 그 재미없음의 정도는 상대적으로 더 크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물론 티렉스 자신도 베토벤이 어느 정도 재미없다는 것은 인정하고 더군다나 그 연주가 알프레도 브렌델의 연주라면 더 그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그렇다고 브렌델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니 절대 오해 없으시길 바란다.) 물론 개인적으로 슈나벨의 연주를 더 좋아하기도 하고(이런 취향까지 밝히는 것은 그만큼 클래식 음악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조심스러워야한다는 점을 인식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이해해주시기 바란다.) 박하우스의 연주도 나쁘진 않다. 다만 문제는 다니엘 바렌보임의 연주라 할 수 있는데 이 사람에 대해선 음악 외적으로 참 말이 많은 관계로 정말 언급하는 것 자체가 조심스럽다. 국내에선 이 사람을 옹호하는 발언을 햇다가는 자칫 "나쁜 색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바렌보임에 대해 우호적일 경우 들어먹어야할 욕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러분들도 다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하고 생략하도록 한다. 또 하나 안타까운 것은 글렌 굴드의 연주를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글렌 구르의 연주는 그를 좋아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간에 "글렌 굴드의 연주"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들어볼만한 가치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글렌 굴드는 이 곡에 대해 어떤 해석을 햇을까?"라는 것을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심히 명랑한 음악감상의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베토벤과 그의 피아노 소나타에 대해서 이야기할 기회는 앞으로도 최소한 두 차례 이상은 있을 것으로 계획되어 있으니 오늘은 이쯤에서 접기로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각 연주자들의 연주를 손수 녹음해주신 엘렌님께 무한한 감사의 말씀을 보탠다.


Beethoven Piano Sonata No.32 in c op.111 1st. Mov Performed by Maurizio Pollini
Beethoven's Piano Sonata No.32 in C minor op.111. Performed by Zoltan Kocsis
Beethoven - Piano sonata op 111 movt 1 - Annie Fischer
Artur Schnabel plays Beethoven Sonata #32 in C min Op. 111
Claudio Arrau - Beethoven Sonata No. 32 - 2nd Mvmt. (1/2)

추신>
1. 제가 들은 연주와 유투브에 돌아다니는 연주가 다른 것이 많아 되도록 많이 링크시켰습니다. 어쩌겠습니까? 이 것이 현실인 것을... 역시 음반을 구입하시는 것이...
2. 짤방은 Claudio Arrau입니다.
3. 악천우를 견뎌내며 게시질을 한 티렉스에게 박수를!!!(이 부분 더럽게 중요합니다.)
4. 사실 이런 악천후에서 티렉스에게 무언가 내용있는 것을 기대하시면 곤란합니다. 저질 게시물에 대한 사과를 대신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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