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빠심으로 똘똘 뭉친 빠순이 언니들이 존경스러워졌다.
어제 조카들을 데리고 I Concert에 다녀왔는데, 정말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그렇게 목숨을 걸고 할 수 있는 사람이 공화국에 얼마나 될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사실 말이 컨서트이지 거의 실상은 공개방송이며 그렇게 힘들게 기다리고 난리를 쳐봤자 자신들이 좋아하는 가수는 기껏 두곡을 부르고 많아야 세곡을 부르는 것에 불과한데 그 시간을 그다지 편하지 않은 자리에서-도대체 이 정도의 형편없는 좌석을 가지고 어떻게 올림픽을 개최한 경기장이라 할 수 있는지 생각만 해도 한심스럽다.- 근 다섯시간을 앉아있을 수 있는 것이 가능한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갑자기 든 생각은 과연 이런 일들에 대해 어떤 payoff이 생긴다 하더라도 이런 일을 할 수 있을까? 라는 것이었다.
도뎍 교과서의 톤으로 이야기한다면 "얼마나 청소년들을 위한 문화적 환경이 조성되어있지 않으면 수만의 청소년들이 그런 일을 할까?"라는 문제를 제기하고 그에 대한 답을 생각해보는 것이 옳은 일이겠으나,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런 현장에 가보게 되면 아직도 공화국의 대중음악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그렇게나 많은데 이 끝이 보이지 않는 음반시장의 불황은 도대체 어디서 연유하는 것이란 말인가?라는 문제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티렉스의 조카들의 특성상 특정 가수-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신화-를 응원하러 간 조카들의 보호자로서 간 것이고 당연히 그들의 팬들이 모여앉아있는 자리로 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며 그러기 위해선 그들의 앨범을 하나씩 소지하고 있지 않으면 그 자리에 입장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는데, 그 정도만 되더라도 무시할 수 없는 숫자임을 감안한다면 도대체 이 끝도 없는 음반 시장의 불황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었다.
물론 안 팔리는 사람들은 무지하게 안 팔린다. 빠순이들이 "빠심"으로 판을 사주지 않는 사람들은 안 팔리는 것 아닌가?라고 말씀하실 줄 안다. 하지만, 단순히 그 것만이 문제는 아니다. 그 정도의 인워을 그다지 어렵지 않게 동원할 힘이 있다면 아직 가요계의 상황이 그다지 절망적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음에도 불과하고 가요계가 가진 잠재력과는 별개로 음반시장은 완전히 죽어있다는 것이다. 물론 나 역시 이러한 비판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대단히 죄송스럽게도 이 시점에서 "밤의 주둥아리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이다. 그들이 해대는 수많은 자기 합리화는 100번을 다시 생각해 본다 하더라도 결코 합리화 될 수 없는 그저 변명에 불과한 이야기들이다. 아무리 그들이 이런저런 명분을 내세운다 하더라도 그들의 행위는 도둑질이라는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는 녀석의 블로그에 그 녀석이 음악은 CD로 듣는 것이 더 좋다는 내용의 포스팅을 한 적이 있는데 어떤 분이 덧글로 "더 넓은 음악세계를 경험하기 위해 인터넷으로 나와라"라는 류의 이야기를 하신 것을 보았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을 해 보더라도 더 넓은 음악세계를 접하는 것과 인터넷에서 음악을 다운받아 듣는 것과는 전혀 연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음악을 듣는 목적에 부합하게 인터넷을 사용하고 싶으시다면, 전세계에 고루 퍼져있는 음반 쇼핑 사이트를 이용해서 정품 CD를 구입하시는 데에 이용하시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그리고 만일 음악이 없이는 블로그도 없다고 주장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그 분들에게는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음원의 불법 공유가 당신의 블로깅의 목적인데 그 것이 불법이라면 과감하게 블로깅을 때려치시라고...
뜬금없는 이야기가 된 것 같지만 다시 빠심을 가진 빠순이 언니들의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차라리 그들처럼 자신들이 좋아하는 가수의 음반은 언제든지 정품으로 사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공화국의 인구수 만큼만 있다면 지금의 최악의 불황을 뚫고 나올 수 있는 계기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방법으로 불황을 타파하는 것이 "음악의 다양성의 확보"라는 문제까지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지만, 최소한 이 최악의 상황은 벗어나야 지금보다 한 해에 발매되는 음반의 절대 숫자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며 그런 상황에서 출시되는 음반의 음악적 다양성이라는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도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여러분들이 주목하셔야 할 것은 음원의 불법공유라는 범죄행위를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 중 흔히 이야기하는 "매니아층"이라 불릴만한 사람들의 비중이 압도적이라는 문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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