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25일 금요일

Soundless Music-Long live rock 'n' Roll-

도대체 이와 같은 제목으로 천리안 나우누리를 사용하던 시절부터 몇 번이나 게시질을 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지만, 이 곳 네이버에도 어김없이 이 제목의 포스팅을 하는 것을 보면 저 제목을 누구들 말마따나 "우라지게" 좋아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갑자기 저 문장이 떠오른 것은 정말 우연한 일이었다. 어제 무려 1년 4개월만에 보는 누군가와의 약속 때문에 그다지 잘하는 짓은 아니지만, 집에서부터 홍대입구까지 택시를 타게 되었다.-보통은 걸어다니는 거리이다. 전에도 이야기한 적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홍대입구 지하철역까지는 기껏해야 도보로 25분이 소요되는 동네에 살고 워낙 걷는 것을 좋아하다보니 그 거리는 언제나 항상 걸어다니는 거리로 스스로 인식하고 있다. 가끔은 연희동에서 서대문이나 시청까지 걷기도 하니 그 정도는 우스운 거리라 할 수 있을 것이다.-사실 그다지 택시를 타야겠다는 마음은 없었으나 아시는 분들은 다들 아실 티렉스의 가장 무서운 적인 "살인적인 추위"로 인해 20분에 한대씩 다니는 버스를 기다리는 일 조차도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금요일에서 토요일에 이르는 시간에 밤샘을 한지라 그 날씨에 도보는 정말 불가능한 일일 수밖에 없었다.

태어나서 그렇게 상태가 좋지 않은 카스테레오는 처음인 것 같았다. 휴대전화의 상태가 가장 나쁠 때 통화 내용이 뚝뚝 끊기는 것과 같은 그런 상태가 계속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경우를 일컬어 전문용어로 "줴길"이라 한다. 어쨌든 차가 그다지 막히는 편은 아니었으나 상태가 좋지않은 카스테레오로 짜증이 날 즈음 이상하리만치 귀가 간질간질한 생각이 들어 귀를 "쫑끗" 세우고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에 집중을 하기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런데 이 것이 웬 떡이란 말인가! 방송에서 나오고있는 노래는 바로 "Rainbow Rising"이었던 것이다. 여전히 뚝뚝 끊기는 소리에 짜증이 나기는 매한가지였지만 그래도 택시를 타고 있을 때 그 곡을 듣는 일이란 쉬운 일이 아닌 관계로 노래를 따라부르며 나름대로 "역시 배철수 형님!"을 열심히 외치고 있었다.(물론 속으로만 외쳤다. 아마 그 상황에서 그 이야기를 큰 소리로 밖에 내었다가는 택시기사 아저씨가 차에서 내리라 하더라도 그다지 저항할 명분은 없었을 것이란 생각이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목적지에 내리기 전에 이 곡을 다 듣고 내릴 수 있겠군... 음하하하' 그런데 문제는 이 곡이 다 끝나고 난 후에 발생했다.

이 곡을 바로 뒤이은 곡이 바로 "Long Live Rock and Roll"이었던 것이다. 메가쇼킹 만화가식의 표현을 빌자면 "상쾌함 1000000g"짜리의 사고가 아닐 수 없었다. 아직 목적지까지는 조금의 여유가 있었다. 거의 무의식적으로 이렇게 외쳤던 것이다. "아저씨! 볼륨 무지하게 올려주세요!" 이럴 때 난 공화국의 서비스업계가 발전했음을 느낀다. 기사 아저씨가 그다지 큰 저항 없이 볼륨을 크게 올려준 것이었다. 진정한 서비스 정신이란 이런 것을 말한다. 그런데 이 때 또 하나의 기적이 일어났다. 홍대입구 전철역 5번 출구 근처를 지나는 순간 뚝뚝 끊기던 방송의 수신상태가 갑자기 엄청나게 좋아지는 것이 아닌가!-물론 엄청나게 좋은 음질이었다거나 하는 뻥을 치지는 않겠지만 중요한 것은 최소한 듣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는 상태가 되었다는 것이었다.원래는 홍대입구 지하철역 6번출구 근처에서 U턴을 하여 지하철 입구에 내릴 계획이었지만 -아시는 분들은 아실 것이다. 그 장소에서 U턴이 된다는 것을...- 갑자기 "아저씨 여기서 U턴하지 마시고 홍대 정문쪽으로 좌회전 해주세요!" 라 외친 것이었다. 물론 목적은 당근 곡을 끝까지 듣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좌회전을 한 후로도 약간의 시간이 모자랐다. "다 왔는데요!"라고 외치는 아저씨와 내가 내린다는 것을 인지한 다른 승객... 세명이 동시에 같은 차에 올라있었던 것이다.

약간의 주저함과 아울러 나는 또 이렇게 외쳤다. "뒷 손님 죄송하지만 많이 바쁘시지 않으시다면 이 곡이 다 끝난 다음에 내리면 안될까요?" "기사 아저씨! 그냥 택시요금미터 켜두세요 그 시간 대기하는 만큼은 요금 더 드릴깨요!" 이미 마음의 결정을 끝내고 행동에 들어간 사람은 그 상황을 굉장히 이례적인 것으로 여기고 심지어는 그런 상황이 가능하다는 생각조차 해본적이 없는 사람들에 의해 제지될 수 없는 법이다. 결국 한 2분간의 어정쩡한 세 남자의 택시 안에서의 기묘한 동거(?)는 끝을 볼 수밖에 없었고, 이 어정쩡한 상황의 유일한 승자인 티렉스는 유유히 휘파람을 불며 그 자리를 뜰 수 있었다. 물론 그 두 사람들은 어이없는 일이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들이 참아줌으로써 다소 상태 안 좋은 단 한사람의 기분이 엄청나게 좋아질 수 있다면 그 것이 사회적으로 그다지 나쁜 일이라고만 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나야 뭐 그렇다. 택시 요금이 몇백원 더 나왔어도, 원래 가야할 길보다 조금 더 돌아갔어도, 약속시간에 조금 늦었어도...

"Long Live Rock and Roll"


2005년 5월 31일 네이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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